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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얼굴 <99> 파주 적성면 한배미 마을 유시훈 사무장

입력 : 2020-09-16 05:08:17
수정 : 2020-09-18 10:16:00

아름다운 얼굴 <99>

파주 한배미 마을 유시훈 사무장

 

어머님 곁을 지키며 고향마을을 돌보는 보람으로 산다

 

 

 

넓은 들판이란 뜻의 한배미가 명품마을

임진강변의 경주 김 씨 집성촌으로 1500여 년간을 이어오는 한배미 마을. 넓다는 뜻의 한, 들판을 뜻하는 배미. 붙이면 넓은 들판이 있는 마을로 해석될 만큼 제법 큰 농경지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고려공민왕이 강선정(降仙停)이란 정자를 임진강변에 짓고 강에 비친 달과 은하수에 취해 궁녀들과 더불어 노래 부르고 취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 당시 이름은 한야동(漢夜洞)으로 불렸다.

마을을 명품으로 만드는 작업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 주민들이 힘을 합쳐 꾸준하게 유지해야 명품마을이 되는 것이다. 적성면 주월리에 소재한 한배미 마을도 이런 과정을 거쳐 명품이 되었다. 연이은 태풍이 수차례 할퀴고 갔다. 동네의 명물인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 나무 밑으로 소담스럽게 피어 있어야 할 꽃들이 보이지 않았다. 꺾이고 부러지고, 잡초가 무성히 자라 뿌리만 남기고 치워버린 탓이다.

 

 

시골 마을에 웬 사무장?

농촌체험관과 경로당이 있는 마을 중심부, 개천 옆에 놓인 정자에 앉아 유시훈 사무국장을 기다렸다. 그는 이 마을을 명품마을로 만드는데 공을 크게 세운 유시훈(53) 사무장. 동네에 웬 사무장? 사무장이란 직함은 일 잘하라고 마을에서 붙여준 이름인데, 파주시가 마을체험프로그램을 운영 할 담당자를 요구해서 정식 직책이 되었다.

그와 함께 마을을 둘러보았다. 메티세콰이어 길이 끝나는 부분에서 두 갈래 길이 나누어 져 있고 길 따라 오손 도손 집들이 들어차 있다.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감악산포도원에 들렸다. 마침 주인이 있어 포도 반송이를 통째로 내게 건네주신다. “약을 안쳐 그냥 먹어도 좋다는 말에 입에 넣었다. 달고 맛있다.

 

중학교 때 타지로 유학, 40세에 고향으로 돌아와

유 사무장은 이곳에서 태어나 초등 5학년때 서울로 유학을 갔다. 어머니의 교육열은 어린 아들을 위해 서울에 방 한칸을 구해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곳에서 수유초등학교, 수유중학교, 신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세종대 경영학과를 나와 이건창호사의 전략기획실에서 근무했다. 그가 고향을 떠나 서울생활을 하면서 나이 40이 되면 몸이 약하신 어머님이 계신 고향으로 내려가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그는 2008년 고향으로 내려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10여 년간 유도에서, 도시에서, 직장생활에서 배웠던 지식과 전략을 고향마을 발전에 풀가동 적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만의 노력과 전략만 가지고 마을이 발전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그는 손사레를 친다.

 

▲ 좌로부터 이수환 적성면마을살리기 팀장 김영오 이장 유시훈사무장

 

동갑네기 김영오 마을 이장과 찰떡궁합

한배미 마을의 현 이장은 김영오씨. 유사무장과 김이장은 동갑네기 친구다. 김 이장도 적성종고(현 세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석과 안산지역에 거주하면서 직장 생활을 했다. 유 사무장도 안산에서 산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끔 김 이장을 만나 식사를 하며 고향 이야기로 고단한 도시생활을 달래곤 했다. 김 이장도 아버님의 뜻에 따라 고향으로 내려왔고 현재 농사와 어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장파리 쪽에 어업권을 사서 황복이나 숭어, 참게 등을 잡아 마을에서 한배미 매운탕 집을 경영하고 있다. 둘이 동갑내기 친구란 점과 타지에 살다가 귀향했다는 점이 마을 발전에 시너지 효과를 내는 듯 싶다.

 

▲ 가을철에 진행되었던 머루 체험

 

신선하고 재밌는 농촌체험프로그램으로 연간 1만여명이 찾아

공동체가 풍요로워지는 데는 마을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집성촌 가족들이 전체 세대 중 아직까지 70%의 비율을 차지한다. 같은 씨족 가문이란 점이 마을 발전의 기본적인 틀로 잘 작동하고 있다. 교류와 적절한 통제가 단합으로 선순환 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마을발전의 두 축은 마을체험행사와 정부의 지원 사업 참여다.

한배미마을은 2007년 첫 행사이후 일 년에 적어도 2번 이상의 농촌마을 체험행사를 해 왔다. 대표적인 게 4월말부터 1달 정도 진행하는 한배미 배꽃 축제. 1월부터 5월까지 이어지는 설향 딸기축제 그리고 9월말부터 1달간 열리는 머루축제다. 이 밖에도 7-8월 여름철에 열리는 외가집에 놀러가자란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말 그대로 시골외갓집에 간 듯 한 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옥수수를 수확해 팝콘 만들어 먹기, 미꾸라지 잡기체험, 감자 캐기, 참게 방류체험 등이다. 또 집집마다 달려있는 개성만점 문패 이야기들을 찾아 나서고 주인과 사진촬영도 같이하는 경험도 한배미마을 체험에 별난 맛을 선사한다. 또 김장때가 되면 자매결연을 맺은 학교에 김장재료를 싣고 찾아가 학생들이 김장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데 이것도 의외로 반응이 좋다. 이 같이 한배미 농촌체험이 다른 지역 농촌체험보다 재미있고 신선하다는 이야기가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이렇게 해서 농촌체험 14년째인 한배미 마을의 체험 기획 상품들은 파주시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농촌체험프로그램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의 숫자는 연간 1만여 명. 귀한 이들 방문객들이 한배미 마을을 세상에 알리며 마을소득증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 삼성생명, 신용보증기금 등 기업들과도 일사 일촌 (一社一村)자매결연을 맺어 마을발전의 든든한 후원자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 마을의 집 이름들

 

정부지원사업으로 마을시설 차근차근 갖춰

정부지원사업 참여는 유 사무장이 주도했다. 한배미 마을은 6년 전 접경지역 생태조성사업 프로그램에 당선되어 정부지원금을 32억 받아 농산물 가공공장, 육묘장, 숙박시설, 두부전문요리 마을식당 등을 만들었다. 또 금년에는 마을정원 가꾸기 사업으로 4천여만 원을 받는 등 정부지원으로 마을에서 필요한 사업들을 차근차근 이루어 나가고 있다. 유 사무장은 파워포인트가 능숙한 학구파다. 파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농촌과 사업관련 주요 교육은 빼 놓지 않고 이수해 왔다. 한배미 마을은 작년 농촌마을 가꾸기 전국경진대회에서 3등을 차지했다. “마을만 예쁘게 가꾼 것으로 치면 부족 했을 것이라고 말한 유 사무국장은 자발적 참여와 협동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덕이라고 밝혔다.

 

▲ 인기 많았던 '외갓집에 놀러가자' 프로그램중

 

▲ 미꾸라지 잡기 체험

 

고춧대 새총과 도꼬마리 총알 만들어 보내려

코로나 때문에 금년에는 어떤 체험행사도 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한 유 씨는 돌파구로

고춧대를 이용해 새총을 만들어 체험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국화과의 한해살이 풀인 도꼬마리 말린 열매를 실탄으로 보낼 계획이다. “고춧대 새총으로 도꼬마리를 쏘면 상대방 옷에 들러붙는 재미가 있다고 말한 유 사무장은 제한된 환경 속 에서도 도무지 쉼이나 포기를 모르는 듯 보였다.

“928일부터 1027일까지 예정되었던 머루야 반갑다농촌체험프로그램도 취소될 것 같다며 일순 어둔 표정이던 유시훈 사무장은 그렇지만 비대면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곧 나올 것이라며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아름다운 얼굴이다. 유 사무장은 한배미마을을 더 많이 알릴 방법을 늘 연구한다.

그의 꿈은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와 마을을 즐기고 친환경 농산물을 사가는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만드는 것이다. 소박한 농민의 꿈이다.

마을을 명품마을로 만드는데 헌신한 유시훈 사무장. 그가 있어 한배미가 빛나고 있었다.

 

 

경기 파주시 적성면 달빛길 366-17

한배미 마을 체험문의 010 4223 2089

 

▲ 겨울 썰매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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